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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s Literary Essay

쇼펜하우어 책 읽는 순서, 입문부터 원전까지 4단계 독서 로드맵

Edward.L 2026. 10.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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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다." 쇼펜하우어를 잘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말입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오랫동안 '염세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위로가 되는 철학자로 읽힙니다. 쇼펜하우어 해설서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2024년 상반기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저도 쇼펜하우어를 위로의 철학자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추천을 받아 가벼게 펼쳤는데, 문장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 아포리즘 모음집에서 시작해 『쇼펜하우어 인생론』,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까지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니체 때와 같았습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만큼 어떤 순서로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처음부터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펼치면 몇 쪽 못 가 덮기 쉽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쇼펜하우어 책 읽는 순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쇼펜하우어 책 읽는 순서

읽기 전에: 쇼펜하우어의 핵심 한 줄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아주 간단하게 줄이면 이렇습니다.

  • 우리가 보는 세계는 내 머릿속에 비친 모습, 곧 '표상'입니다.
  • 그 밑에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는 맹목적인 힘, 곧 '의지'가 있습니다.
  • 원하는 것을 못 가지면 고통스럽고, 가지고 나면 금방 지루해집니다. 그래서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갑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우울하지만, 쇼펜하우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다음입니다. 고통이 삶의 기본값이라면,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기보다 욕망을 줄이고 내 안의 것(건강, 인격, 사색)을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죠. 이 한 줄을 알고 읽으면 어떤 책을 펼쳐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1단계. 문장과 친해지기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추천 도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포레스트북스)

쇼펜하우어의 여러 저작에서 짧은 문장들을 골라 엮은 아포리즘 모음집입니다. 니체를 『초역 니체의 말』로 시작하듯, 쇼펜하우어는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제가 읽은 쇼펜하우어 책 중 가장 쉽게 읽혔고, 일반 독자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책도 이것입니다.

저에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선 사람에 대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으며 어릴 때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염세주의자의 책에서 오히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는 것, 그것이 쇼펜하우어의 반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의 목표는 쇼펜하우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문장과 정서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쪽씩,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치며 읽으면 충분합니다.

제가 읽은 글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단계. 삶의 지혜 읽기 — 『쇼펜하우어 인생론』

추천 도서 『쇼펜하우어 인생론』(육문사) 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유문화사, 홍성광 역)

아포리즘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쇼펜하우어가 직접 풀어 쓴 글을 읽을 차례입니다. 사실 쇼펜하우어를 대중에게 유명하게 만든 것은 주저가 아니라 말년에 낸 『소품과 부록』이었습니다. 우리가 '인생론', '행복론'이라는 이름으로 읽는 책들이 대부분 이 책에서 나왔습니다. 행복의 조건, 독서, 건강, 돈, 사람 등 우리 삶에 맞닿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철학서보다 인생 조언서처럼 읽힙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인 대목은 세 가지였습니다.

  • 인생은 멀리서 봐야 보이는 모자이크다. 가까이서 보면 의미 없는 조각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림이 됩니다. 저에게는 2년 동안의 독서가 첫 책이 되었던 경험이 그랬습니다. 매일의 독서는 보잘것없었지만 쌓이고 보니 하나의 그림이 됐습니다.
  • 남의 생각만 모으지 말고 스스로 사색하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제 방식을 돌아보게 한 대목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평에 줄거리보다 제 생각을 더 많이 적으려고 합니다.
  • 건강이 모든 것의 기반이다. 건강하면 모든 것이 기쁨이 되지만, 건강을 잃으면 어떤 재산도 기쁨이 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두 딸에게도 가장 먼저 남기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육문사판은 제가 PDF로 읽어서 조금 더뎠는데, 지금 새로 산다면 『소품과 부록』을 옮긴 을유문화사의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도 좋은 선택입니다. 뒤에서 읽을 주저와 같은 번역자(홍성광)라 용어가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읽은 글 : 쇼펜하우어 인생론

3단계. 주저를 위한 준비운동 — 칸트 살짝 맛보기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서문에서 독자에게 몇 가지를 당부합니다. 그중 하나가 칸트 철학을 어느 정도 알고 읽어 달라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의 '표상'이라는 개념이 칸트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학위논문인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를 먼저 읽어 달라고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독자가 칸트를 다 읽고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순수이성비판』을 읽었지만 솔직히 어렴풋이 느낀 정도였습니다. 다만 그 경험 덕분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는 방식대로의 세계"라는 감각을 갖고 주저를 펼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단계는 건너뛰어도 됩니다. 대신 주저를 읽다가 막히면 "아, 이건 칸트 이야기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만 알고 가면 충분합니다.

제가 읽은 글 : 순수이성비판

4단계. 최종 관문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추천 도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을유문화사, 홍성광 역)

드디어 쇼펜하우어 철학의 본류입니다. 을유문화사판은 공식 출간 200주년에 맞춘 전면개정판이라 해설이 충실하고, 부록으로 「칸트 철학 비판」도 실려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다 따라갔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앞의 책들로 단련하고 들어갔는데도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 외우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천재는 사물끼리의 관계가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본다는 대목에서, 공식을 외워 대입하는 것과 공식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떠올렸습니다.
  • 복수는 부질없다. 남의 고통으로 내 고통을 위로받으려는 것이 복수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가장 좋은 복수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네 권(4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구성을 알고 들어가면 덜 막막합니다.

구분다루는 것

제1권 표상으로서의 세계: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제2권 의지로서의 세계: 모든 것 밑에 있는 맹목적인 의지
제3권 예술: 의지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
제4권 윤리: 삶의 의지를 긍정할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

모든 문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2단계에서 만난 인생론의 문장들이 어떤 뿌리에서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충분합니다.

제가 읽은 글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 책 읽는 순서, 한눈에 정리

단계책목표

1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문장과 친해지기
2 『쇼펜하우어 인생론』 / 『행복론과 인생론』 삶의 지혜를 내 삶에 비춰 보기
3 (선택) 칸트 『순수이성비판』 또는 해설서 ‘표상’이라는 개념의 뿌리 알기
4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 철학의 본류에 도전

쇼펜하우어 다음에는 니체

젊은 니체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사서 읽고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후에는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라는 글까지 썼죠. 쇼펜하우어가 삶의 의지를 부정하라고 했다면, 니체는 같은 고통을 보고도 삶을 긍정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를 읽고 나면 니체가 훨씬 잘 읽힙니다. 니체는 제가 정리해 둔 니체 책 읽는 순서를 참고하세요.

링크: 니체 책 읽는 순서, 입문부터 완독까지 7단계 독서 로드맵

마치며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만 기억하면 아까운 철학자입니다. 그는 삶이 고통스럽다고 말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가지려 하지 말고 내 안의 것을 지키라고 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철학에 큰 관심이 없다면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권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사실 저도 『순수이성비판』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너무 난해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붙잡았다가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꼭 쉬운 책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처음부터 가장 두꺼운 책을 붙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문장 하나에서 시작해 조금씩 깊이 들어가다 보면, 어느 날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인생 선배로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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